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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연 / 스님
이때 승만은 다시 부처님 앞에서 삼대원(三大願)을 발하여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는 이 실원(實願)으로써 가없는 중생을 안위(安慰)케 하겠나이다. 이 선근으로 하여 모든 생에 있어서 정법지(正法智)를 얻겠나이다. 이것이 제일의 대원(大願)입니다. 제가 정법지를 얻은 뒤에 무염심(無厭心)으로써 중생을 위하여 정법을 설하겠나이다. 이것이 제이의 대원입니다. 제가 정법을 섭수함에 있어 신명(身命)과 재물을 버리고까지 정법을 호지하겠나이다. 이것이 제삼의 대원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곧 승만에게 수기하시고 “세 가지 큰 서원은 일체의 색(色)이 다 공계(空界)에 들어 있음과 같이 보살의 항사(恒沙)의 모든 소원이 다 이 삼대원 가운데 들어 있나니, 이 세 가지 서원은 진실하고 광대함이 이와 같나니라.” 하셨다
爾時勝壬 復於佛前發三大願 而作是言 以此實願 安慰無量無邊衆生 以此善根 於一切生 得正法智 是名第一大願 我得正法智已 以無厭心爲衆生說 是名第二大願 我於攝受正法 捨身命財 護持正法 是名第三大願. 爾時世尊 卽記勝壬 三大誓願 如一切色悉入空界 如是菩薩恒沙諸願 皆悉入此三大願中 此三願者 眞實廣大.
이미 앞에서 열 가지 큰 서원을 세운 승만 부인은 다시 부처님을 향해 세 가지 큰 서원을 발하고 그 서원을 기어이 성취하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첫째 정법을 알아 지혜를 얻겠습니다. 둘째 정법을 알아 지혜를 얻은 뒤에는 무염심으로 중생들을 위해 정법을 설하겠습니다. 셋째 그 정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과 생명과 재산까지도 바치겠습니다.”
승만 부인의 이와 같은 세 가지 큰 서원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이 세 가지 서원은 진실하고 광대하여 모든 보살의 항하사 수의 모든 서원이 이 안에 포함될 것이다.” 하고 찬탄을 아끼지 않으셨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대승보살 사상에서 서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원이란 불도를 수행함에 있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남을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곧 탐심(貪心)·진심(嗔心)·치심(癡心)의 삼독심(三毒心)을 경계하고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지키며, 참회하고 수행하는 구도의 자세로 아상(我相)을 버리고 자신을 낮추며 남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이웃과 하나가 되는 열려진 보살의 마음이다. 이것이 곧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보살의 정신이다. 이 대승보살의 서원에 입각하여 발원하고 또 발원하여도 다함이 없다고 생각하였기에 열 가지 서원을 마치고 바로 또 세 가지 서원을 세우고 있다.
대승보살의 서원(誓願)에는 총원(總願)과 별원(別願)이 있다. 총원은 대승의 가르침을 배워서 부처님의 경지에 이를 것을 기약하는 모든 과거 부처님들과 보살님들이 한결같이 세우신 서원이다. 동시에 또한 우리 모두의 원이기도 하므로 총괄적인 의미가 있으며, 사홍서원(四弘誓願)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각기 환경과 사정이 다른 까닭에 중생을 구제하는 데 노력하는 수단과 방법이 다르고, 각기 근기가 다른 까닭에 개별적으로 천명하는 서원을 총원에 대비해서 별원이라고 한다. 많은 별원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아촉불의 12원, 보현보살의 10대원, 약사여래의 12원, 관세음보살의 10대원, 법장보살, 즉 아미타여래의 48원 등을 들 수 있다.
총원인 사홍서원은 가없기〔無邊〕에 도저히 다 건질 수 없는 중생, 끝없기〔無盡〕에 끊어도 끊어도 끝이 없는 번뇌, 한없기〔無量〕에 배워도 배워도 배울 것이 남는 법문, 위없기〔無上〕에 올라도 올라도 도달할 수 없는 불도를 맹세코 이루겠다는 것이다. 중생들 가운데는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어리석은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지만 그들을 모두 바르게 가르치고 인도해서 불법에 귀의케 하여 다 같이 깨달음을 얻도록 노력하겠다는 사홍서원은 바로 승만 부인의 3대 서원 서두의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을 안온케 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 첫째 원은 “이러한 선근 공덕으로 모든 생(生) 어디에 태어나더라도 올바른 진리의 지혜를 얻겠다”라는 것이다. 보살도를 수행한 결과로 얻는 선근 공덕으로 어느 때 어디에서 태어나더라도 부처님의 바른 정법을 알아 지혜를 얻겠다는 것은 자리행(自利行)을 뜻하는 것이다.
먼저, 스스로 올바른 지혜를 얻는 일이란 매우 중요하고, 또 모든 일은 밝은 지혜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스스로 지혜가 모자라면 어떤 중생도 구원할 수가 없다. 정법을 알아 지혜를 얻겠다는 첫째 서원은 철저한 자리행에 해당되지만 진실한 이타행(利他行)을 하기 위해서 뒤따라야 하는 대승보살의 행이기에 정법을 알아 지혜를 얻겠다는 자리행에서 바로 제2의 서원으로 뜻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원은 “정법의 지혜를 얻은 뒤에는 싫어함이 없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정법을 연설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정법의 지혜를 얻겠다는 상구보리의 자세를 이어 그것이 성취된 뒤에는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끝없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하화중생의 보살 자세로서 정법을 설하겠다는 서원이다.
염족심을 내는 것이나 염심을 내는 것은 중생의 속성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생들의 근기는 얇은 냄비와 같아서 곧 싫증내고, 혹은 만족심으로 게으름을 내기도 한다. 그것을 경계하여 싫증내지 않고 게으르지 않고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교화하더라도 스스로 만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승만 부인의 서원인 것이다.
셋째 원으로서 “바른 진리를 거두어들이고는 몸과 목숨과 재산을 바쳐서라도 정법을 보호하고 지켜가겠습니다.”라는 원을 세웠다. 어려운 시대에는 올바른 진리가 그대로 지켜지기 매우 힘들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정법이 혼란해지고 쇠퇴해지는 말법시대를 ‘투쟁견고시대(鬪爭堅固時代)’라고 말씀하셨다. 말세가 되면 세상이 몹시 복잡해지고 인심이 험악해져서 오직 자기 욕망만을 생각하고 바른 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므로 성인의 바른 가르침은 아주 쇠퇴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해져서 서로 다투고 싸우는 투쟁만이 견고한 시대라는 뜻이다.
이렇게 정법이 행해지기 어려울 때 재산은 물론이거니와 몸과 목숨까지 버려서라도 올바른 가르침을 보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승만 부인의 서원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들이 부처님의 법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바른 진리를 알아 지혜를 얻고, 얻은 지혜로 중생을 위해 바른 법을 설하고, 그 바른 법을 지키기 위해 몸과 목숨까지도 다 바치겠다는 승만 부인의 삼대 서원은 세 가지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큰 서원인 것이다. 이러한 서원을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모든 현상계가 허공중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이 많은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서원이 모두 이 세 가지 큰 서원 가운데 있어 이 삼대원이 진실하고 넓고 크다고 찬탄하며 수기를 하셨다.
자기의 마음이 밝지 못하면 주위의 어둠을 밝혀줄 수가 없고, 자기의 힘이 모자라면 남에게 힘을 빌려줄 수 없다. 이러한 근본적인 사실을 철저하게 자각하고, 내면의 세계를 충실히 밝히고 그 밝혀진 지혜로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승만 부인의 서원은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겸비하고 상구보리와 하화중생을 겸비한 대승보살의 정신이다. 그 원이 지극히 진실하고 광대하므로 모든 보살들의 별원을 다 포함하고 있는 총원이라고까지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것이다. 오탁악세(五濁惡世)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좀처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지만 어렵고 힘든 일이기에 승만 부인의 원을 닮아가고자 더욱 노력하고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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