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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자신을 위해 재물을 받거나 저축하지 않고, 받은 것은 모두 빈고(貧苦)의 중생을 성숙(成熟)시키기 위해 쓰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不自爲己受畜財物 凡有所受 悉爲成熟貧苦衆生)
모든 재산을 중생을 성숙시키는 데에 사용하겠다는 서원이다. 빈곤한 중생에게 재물을 베풀어 주어 일시적으로 구제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끝까지 보살펴 주는 것을 뜻한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승만 부인은 국왕의 부인이라는 위치에서 많은 재산을 받아 모을 수도 있겠지만 받은 것을 모두 중생을 위하여 쓰고자 하였다.
중생의 욕심은 아낌없이 베풀어 주어도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염려하여 가난한 이에게 먼저 법을 가르쳐, 안으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진여본성을 알게 하고 밖으로는 용기와 지혜에 의해 스스로 노력하여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들었을 때 필요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서 물심양면으로 성숙할 수 있을 때까지 끝없는 자비심으로 보살피며, 또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복지시설들을 마련해 삶의 질을 높여서 편안한 삶을 유지하게 하겠다고 승만 부인이 서원한 것이다.
일곱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는 사섭법(四攝法)을 행하지 아니하고, 모든 중생을 위하는 연고로 무애염심(無愛染心) 무염족심(無厭足心) 무괘애심(無牢心)으로 중생을 섭수(攝受)하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不自爲己行四攝法 爲一切衆生故 以不愛染心 無厭足心 無牢心 攝受衆生)
자신을 위함이 아닌 모든 중생을 위하여 사섭법을 행하되 애착하지 않고 싫어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걸림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거두어들이겠다는 서원이다. 사섭법(四攝法)이란 대승불교에서 보살이 중생을 교화하여 거두어들이는 네 가지 방법으로서, 아낌없이 재물이나 가르침을 베풀어주어 그것을 인연으로 하여 불법에 귀의할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보시섭(布施攝)과,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중생을 섭수하는 애어섭(愛語攝)과, 모든 생명체에 이익을 주는 이행섭(利行攝)과, 다른 이와 더불어 동고동락하여 고락(苦樂)을 함께하는 동사섭(同事攝)의 네 가지 선교 방편을 말한다.
나의 수행을 위함이 아니라 중생만을 위하여 사섭법을 행하겠다고 하지만, 혹여 한 생각 중생심이 일어나 애착하는 마음, 뜻이 견고하지 못하여 싫증내는 마음, 이만하면 되겠지 하고 만족하는 마음, 여러 가지 조건에 걸려 머뭇거리는 마음이 일어날까 염려하여, 그러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다짐하고 걸림없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다 불법대해에 거두어들이겠다는 승만 부인의 거룩한 서원이다.
여덟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만약 고독하고 갇혀 있고 병들어 가지가지 액난(厄難)에 곤고(困苦)하는 중생을 보면, 잠시도 버려두지 아니하고 반드시 안온하게 하고자 의(義)로써 요익(饒益)케 하여 기어코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후에 버리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若見孤獨幽繫疾病 種種厄難 困苦衆生 終不暫捨 必欲安隱 以義饒益 令脫衆苦 然後乃捨)
세상의 모든 외롭고 괴로운 중생을 보면 바른 방법으로 구원을 해주겠다는 서원이다. 어린 고아나 독거노인에겐 외롭지 않게 하는 자비의 손길이 필요하고, 유폐되고 감금당한 이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며, 병들어 괴로운 이에게는 의약이 필요하듯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각양각색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중생의 수많은 괴로움을 구제해 주기 위해 관세음보살님은 삼십이응신을 나투셨다.
승만 부인도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우선 물질적인 도움을 베풀어 끝까지 잠시도 버리지 않고 먼저 보살피고, 더 나아가 의(義)로써 이익을 주어 괴로움에서 구제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곧 올바른 가르침을 통해 인과법을 바르게 알고 믿게 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철저하게 자각하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여 모든 괴로움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난 후에 중생을 구제했다는 생각까지도 버리겠다는 서원이다.
아홉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만약 잡거나 기르거나 하는 모든 악율의(惡律儀) 및 모든 범계(犯戒)를 보면, 그냥 버려두지 아니하고 내가 힘을 얻었을 때 어느 곳에서나 그러한 중생을 마땅히 절복(折伏)시킬 자는 절복케 하고, 마땅히 섭수할 자는 이를 섭수하겠나이다. 왜냐하면 절복하고 섭수함으로써 법으로 하여금 오래 머무르게 하기 때문이옵니다. 법이 오래 머무르면 천인(天人)이 충만하고 악도(惡道)가 감소하여, 능히 여래께서 굴리신 법륜(法輪)을 그대로 따라 굴릴 수 있나이다. 이러한 이익을 보는 고로 구섭(救攝)하여 버리지 아니하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若見捕養衆惡律儀及諸犯戒 終不棄捨 我得力時 於彼彼處 見此衆生 應折伏者而折伏之 應攝受者而攝受之 何以故 以折伏攝受故 令法久住 法久住者 天人充滿 惡道減少 能於如來所轉法輪而得隨轉 見是利故 救攝不捨)
짐승을 잡아 기르는 등의 갖가지 올바르지 못한 생활방편이나 부처님의 계율을 범하는 자를 보면,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들을 타이르고 거두어서 나쁜 업을 고치게 하여 부처님의 바른법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겠다는 서원이다. 동물을 잡아 기르는 등의 바르지 못한 직업은 팔정도(八正道)의 정업(正業)을 어기는 일이며, 지켜야 할 법률인 계(戒)를 범하는 것은 대승의 계율정신인 율의를 등지는 일이다.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이며 규칙인 계를 범하는 등 모든 부정한 행위를 하는 자는 본인 자신의 일생을 무의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이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므로 승만 부인은 힘이 있는 한 적극적으로 교화하겠다는 원력을 강조하고 있다. 악율의(惡律儀)를 행하는 자를 교화하지 않으면 결국 중생들은 육도윤회의 악취에 태어나게 되고, 삼악도의 중생이 많아지면 수행자는 적고 삿된 자는 많아져서 바른법을 수호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라도 항복받을 만한 자는 엄격하게 항복받고, 섭수해서 거두어들일 자는 자비로 거두어들여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대승보살정신으로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코자 하는 것이 승만 부인의 서원이다.
열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정법(正法)을 섭수하여 끝내 망실(忘失)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왜냐하면 법을 망실하는 자는 곧 대승을 잊어버리고, 대승을 잊어버리는 자는 곧 바라밀(波羅蜜)을 잊어버리고, 바라밀을 잊어버리는 자는 곧 대승을 바라지 아니하기 때문이옵니다. 만약 보살로서 대승을 결정하지 않는 자는 곧 정법을 섭수하지 못하며, 즐겨하는 바에 따라 들어가고자 하되 길이 범부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나이다. 저는 이와 같은 한량없는 큰 허물을 보고, 또 미래에 정법을 섭수하는 보살마하살의 한량없는 복리(福利)를 보는 고로, 이 십대수를 받나이다. (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攝受正法 終不忘失 何以故 忘失法者 則忘大乘 忘大乘者 則忘波羅蜜 忘波羅蜜者 則不欲大乘 若菩薩不決定大乘者 則不能得攝受正法 欲隨所樂入 永不堪任越凡夫地. 我見如是無量大過 又見未來攝受正法菩薩摩訶薩 無量福利 故受此大受)
정법(正法)을 섭수하여 결코 잊어버리지 않겠다는 서원이다. 정법이란 올바른 가르침으로 여기에서는 특히 대승의 바라밀을 강조하고 있다. 승만 부인은 바라밀이라는 대승보살도를 실천 수행하여 괴롭고 힘든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즐거움만이 충만한 저 언덕으로 건너가기를 모든 이에게 권장하여, 다함께 끝까지 물러남이 없이 수행정진하고자 하는 불퇴전의 서원으로 십대수를 끝맺고 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는 참고 견디며 사는 감인(堪忍)의 세계라고 한다.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세계를 어떻게 잘 견디면서 행복의 지수를 높여가느냐가 제일의 과제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많은 재산을 가졌어도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면 궁극적으로는 괴로움을 당한다. 이러한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 대승보살의 바라밀 수행이다. 바라밀행을 통해 도달하는 안락의 피안이 바로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이라는 사실에 눈뜰 수 있도록 중생을 가르치며, 승만 부인 자신도 올바른 법을 받아 지녀 결코 중도에 포기하거나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수행정진하겠다는 서원을 세운 것이다.
이와같이 십대수를 마친 승만 부인은 다시 중생들은 선근이 약하고 엷어서 혹 의심과 의혹을 일으켜 안락을 얻지 못하는 이들이 있으므로 그들에게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 앞에서 진실한 서원을 말씀드리고, "제가 이 열 가지 큰 서원을 지닐 수 있으며 행할 수 있다면 이러한 서원으로 말미암아 대중들 앞에 마땅히 하늘꽃으로 비를 내리고 하늘의 미묘한 소리가 나게 하여 증명해주십시오."라고 청하니 그 말대로 꽃비와 묘음이 들렸다. 그것을 보고 들은 대중들이 모두 의심을 버리고 기뻐하며 함께 수행할 것을 발원하니 부처님께서 모두에게 "그대들이 원하는 바와 같이 되리라." 하고 수기를 주셨다.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승만 부인의 10대 서원은 대승보살의 계를 잘 지켜가겠다는 섭율의계(攝律儀戒)에 의하여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착한 것을 다 실천하겠다는 섭선법계(攝善法戒)에 의하여 불법을 성숙시키고, 중생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섭중생계(攝衆生戒)에 의해 중생을 성숙시키고자 하는 대승보살의 삼취정계(三聚淨戒)를 다 포용하고 있다.
근기와 믿음이 약한 현대인들에게 승만 부인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끝없는 자비심으로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대승보살 정신은 본받을 만한 귀감이 될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바라밀행을 실천 수행하는 불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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