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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여성] 십대수장(十大受章) - 1   2004-09-17 (금)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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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은 ‘열 가지 큰 서원〔十大受章〕’에 관한 내용이다.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승만 부인은 열 가지의 큰 서원을 세운다.

승만 부인이 세운 열 가지 서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받은 계(戒)를 범할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겠나이다. (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於所受戒 不起犯心)

계(戒)는 행위·도덕·습관을 뜻하는 말로 ‘행동과 언어에서 악(惡)을 짓지 않고, 이를 예방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계행을 잘 지킴으로써 마음에 선정을 이루고, 그 선정에 의해 얻어진 지혜로 우리가 바라는 행복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계행을 지키지 못한다면 열반에 도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상계(無常戒)〉에 이르시기를 ‘계(戒)는 열반(涅槃)에 들어가는 요긴한 문이요, 고해(苦海)를 건너가는 자비(慈悲)의 배니라. 이런 까닭으로 일체 모든 부처님은 이 계로 인하여 열반에 드시고 일체 모든 중생도 계로 인하여 고해의 바다를 건너느니라.’라고 하셨다.

계율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악을 경계하고 선을 가르치는 불교의 윤리도덕이며 모든 인간 생활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기를 원한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내 스스로 지킴으로써 나와 남이 함께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혹 악한 길로 가게 될 때는 착한 길로 가게 도와주고, 착하고 바른 길로 갈 때는 더욱 착한 길로 가도록 인도해 준다.

그러나 우리는 계를 받고 부처님의 제자로서 착하게 살리라 생각은 하지만 실천수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승만 부인도 서원의 첫머리에 계를 두어 자기가 받은 계에 대하여 범하려고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서원한 것이다.


둘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장(尊長)에 대하여 만심(慢心)을 일으키지 아니하겠나이다. (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於諸尊長 不起慢心)

만심(慢心)이란 자신을 지나치게 믿고 자랑하며, 남을 업신여기어 깔보고 우쭐거리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승만 부인의 신분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국왕의 딸로 태어나 국왕과 결혼을 하여 세속의 신분으로 보면 최고의 지위에 있었고, 더욱이 총명함과 재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승만 부인은 자신이 교만에 빠질까 미리 경계하는 의미에서 모든 어른에 대하여 항상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교만하지 않겠다고 서원을 세운 것이다. 《법화경(法華經)》제7권에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나오는데 이분도 모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대를 공경하고 감히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는 마땅히 보살도를 수행하여 반드시 성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하면서 모든 이를 항상 공경하며 가벼이 보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상대를 대할 때 지위나 생활수준 등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나보다 못하면 업신여기려고 한다. 이를 아상(我相)이라 한다. 인간의 본성인 불성(佛性)의 자리에서 보면 우리는 너와 나, 지위의 높고 낮음, 남녀노소, 부귀귀천 등의 차별이 없는 둘이 아닌 하나다. 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라고 하는 상(相)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상대와 차별하여 우열을 가리며 그 결과 생사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믿고 수행하는 자는 ‘모든 중생은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존엄하고 평등한 불성 앞에 아상을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 모든 것이 다 불법(佛法)임을 알게 된다.

승만 부인 역시 자신의 신분과 관련하여 교만심이 일어날까 두려워하여 존장(尊長)을 위시한 모든 어른들께 교만한 아상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다짐한 것이다.


셋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생에 대하여 에심(心)을 일으키지 아니하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於諸衆生 不起心)

우리가 살다 보면 모든 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일들이 많이 생겨난다. ‘나’의 욕심이 충족되지 않고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면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리게 되며, 심하게는 불끈 일어나는 분노에 휩싸여 갖가지 허물을 짓기까지 한다. 화가 났을 때 이 세상은 나 홀로 살아갈 수 없고 상부상조하며 상생의 길을 걷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고 이해한다면 타인에 대한 고마움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화를 내지 않게 된다.

우리들이 노여움·분노·성냄 등을 한번 일으키면 마음속에 독심(毒心)이 일어나 그 독심이 온몸으로 퍼져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마치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한순간에 애써 갈고 닦아온 모든 것을 태워 없애버리기도 한다. 옛날 한 수행자가 한번 진에심(瞋心)을 일으킴으로 해서 바로 뱀의 몸을 받았다는 이야기처럼 진에심은 불법을 수행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므로 승만 부인은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넷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다른 신색(身色) 및 다른 여러 가지 기구에 대하여 질심(嫉心)을 일으키지 아니하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於他身色 及外衆具 不起嫉心)

다른 이의 외모나 가지고 있는 좋은 것에 대하여 질투심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외모나 재능, 좋은 환경 등 세상에서 내가 제일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이 가진 모든 것에 대하여 인정하기보다는 질투심이 앞서 시기하게 된다. 겉으로는 칭찬하고 기뻐 해주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움에 질투심이 일어나는 것이 중생의 속성이다. 그러나 보살은 일체중생을 위하여 이기심을 버리고 중생의 선근공덕(善根功德)을 찬탄하며, 일체중생을 나의 몸과 똑같이 사랑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다른 이의 인격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대승보살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승만 부인이 질투심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한 것은 대승보살도의 사무량심(四無量心: 慈·悲·喜·捨)의 하나인 희무량심(喜無量心: 중생에게 즐거움이 있는 것을 질투하지 않는 것)을 실천하는 것으로, 남의 즐거움을 함께 즐거워하고 다른 이의 공덕을 함께 찬탄하는 수희공덕(隨喜功德)을 실천하겠다는 서원이다.


다섯째는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안팎의 법에 대하여 간심(葛心)을 일으키지 아니하겠나이다.(世尊, 我從今日 乃至菩提, 於內外法 不起葛心)

내외법(內外法) 에 대해 인색한 마음을 내지 않으리라는 서원이다. 아끼는 마음은 베푼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일어나는 마음의 모양이며, 내외법이란 상대가 되는 모든 것으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곧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부처님의 가르침과 외도의 가르침, 불법(佛法) 가운데에서도 밖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수행의 모습과 안으로 마음을 닦는 참선수행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외법에 대하여 인색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남에게 베푸는 보시는 보살의 수행덕목 가운데 그 첫째인 보시바라밀에 해당된다. 보시(布施)에는 물질이 가난하여 재물이 필요한 이에게 재물을 베푸는 재보시(財布施)와, 마음이 가난하여 법이 필요한 이에게 베푸는 법보시(法布施)와, 생사의 길에 여러 가지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이에게는 평온함과 죽음의 두려움마저도 없애 줄 수 있는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보시를 함에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모든 것까지도 아낌없이 중생을 위해 베풀겠다는 것이 승만 부인의 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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