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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무르고 계셨다.
파사익 왕과 말리 왕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왕과 부인은, 그들의 딸인 승만이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근본이 뛰어나서 금방 쉽게 깨달을 것이므로,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반드시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의심이 없는 경지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때를 놓치지 않고 편지를 보내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자 하였다.
왕과 왕비는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한 편지를 궁녀 전제라를 시켜 아유사국의 승만 부인에게 보내었다. 승만 부인은 이 편지를 받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모셔 읽고 간직하며 희유한 마음을 일으켜 전제라에게 게송으로 설하여 말하였다.
"듣건대 부처님의 음성은 세상에 아직 없었던 일이라 하니, 그 말씀이 진실하다면 마땅히 공양을 닦으리라. 우러러 생각하건대, 부처님께서 널리 세간을 위해 나오셨으니, 또한 응당 불쌍한 마음을 내리시어 반드시 저로 하여금 부처님을 뵐 수 있게 하소서."
그러자마자 부처님께서 공중에 나투시어 두루 청정한 광명을 발하면서 비할 바 없는 훌륭한 몸을 나타내 보이셨다. 승만 부인과 그 권속이 이마를 땅에 대며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 모두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였다.
이상이 서분(序分)이다. 파사익 왕과 말리 왕비가 그들의 딸인 승만 부인에게 부처님의 거룩하심을 알려서 신심이 일게 하기 위해 특별히 사람을 보냈고, 승만 부인은 부모의 가르침에 따라 신심을 일으켜 부처님을 예배하고 그 공덕을 찬탄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부모의 참된 도리의 기초는 사랑이라고 하시며 선생경善生經》에서 "부모는 다섯 가지로 그 아들을 사랑해야 한다. 첫째는 자식을 제어(制御)하여 악(惡)을 행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가르치고 일러주어 그 착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기능(技能)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넷째는 자식을 위해 좋은 배필을 구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때에 따라 그 쓰임을 주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파사익 왕과 말리 부인은 불법(佛法)에 귀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부처님께 귀의하고 그것을 딸에게 전해주어 그 딸로 하여금 믿음에 들게 하려는 자비심 많은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부모의 마음에 의해 승만 부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였고, 그 설한 바가 《승만경》으로 되어 오늘날 우리들까지도 그 거룩한 가르침을 읽게 되었으니, '잘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승만 부인이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부처님께 귀의하는 모습에서 자식의 도리를 볼 수 있다. 부모가 참된 도리를 다할 때 자식도 자식의 도리를 다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부처님께서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서 부모님의 은혜를 강조하셨으며, 《증일(增一)아함경》에서는 "비구들이여, 두 사람에게는 아무리 성심성의껏 좋은 일을 베풀어도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나니 이른바 아버지와 어머니이니라. 비구들이여, 부모의 은혜는 그들을 양어깨에 앉히고 천만 년 동안 의복, 음식, 평상, 침구, 의약으로 공양할 때 그 부모가 어깨 위에서 똥·오줌을 누더라도 자식은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너희들을 안아 길러주고 때에 알맞게 보살펴주어 너희들로 하여금 저 해와 달을 보게 하였으니 그 은혜가 막중한 탓이니라. 그러니 비구들이여, 부모에게 공양하고 항상 효순하여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라."하고 말씀하셨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는 "무릇 사람이 온 천지의 귀신을 섬긴다 하여도 그 부모님께 효도함만 못하니 부모님이야말로 최고의 신이기 때문이다." 하셨으며, 《인욕경》에서도 "선의 최상은 효도보다 큰 것이 없고 악의 최상은 불효보다 큰 것이 없다." 하셨다.
또 《선생경》에서는 자식된 도리를 다섯 가지 조목을 들고는, "부모가 하는 일에 순종하여 거스리지 않는다." 하셨다. 승만 부인이 부처님을 뵈옵는 것이 비록 이 생에서는 처음이지만 과거 전생, 수없이 많은 생에서 가르침을 주고받은 숙겁의 인연이 있어서 부모님의 편지를 보자마자 환희심이 충만하여 부처님께 귀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어서 승만 부인과 그 권속들이 부처님께 예경하고 찬탄하며 귀의하니, 예경과 찬탄을 받은 부처님께서는 승만 부인에게 "너는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하여 그 선근으로 마땅히 한량없는 아승지겁에 천인(天人) 가운데서 자재왕(自在王)이 되리라. 태어나는 모든 곳에서 항상 나를 볼 수 있어 그 앞에서 찬탄하기를 지금과 같이 하여 다름이 없으리라. 마땅히 다시 한량없는 아승지의 부처님을 공양하면 2만 아승지겁을 지나서 부처가 될 것이니, 이름을 보광(普光)여래, 응공, 정변지라고 할 것이다." 하며 수기(授記)를 주셨다.
승만 부인은 과거에도 지금도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하기에 "미래세에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부처님께서 수기를 주신 것이다. 수기란 미래에 부처님이 될 것을 부처님께서 승인해주시는 것을 말한다.
《중아함경 구담미경(瞿曇彌經)》에는 여성의 최초 출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부처님께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기 바로 직전에 제자 아난다가 여쭈었다.
"만약 여성이 여래의 가르침을 따르고 계율을 준수하여 출가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까?" 하니, 부처님께서 "아난다여, 여성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라고 명확하게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여성의 출가를 허락하시면서 여자도 똑같이 아라한과를 이룰 수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한 비구니를 '장노니'라고 한다. 이들이 남긴 《장노니게(Therigatha)》라는 73편의 시편이 있다. 여기에 보면 절대 자유에 이르고자 노력한 그들의 헌신적인 삶,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한 적지 않은 수의 성취자들이 읊은 찬가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문헌을 통해 여자들도 수행을 해서 깨달음을 얻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아바야 비구니의 게송을 보면 "아바야여, 어리석은 이들이 애지중지하는 이 육신은 반드시 허물어져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를 깊이 깨닫고 육신을 버리고자 한다. 세상에는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아서 기꺼이 힘써 노력한 결과, 마침내 헛된 집착을 다한 경지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성취한 것이다." 하였다.
부처님 재세시(在世時)에는 본래 남녀의 평등을 가르치셨고, 많은 여성들이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거나 재가불자로서 수행하였다. 그러나 부처님 입멸(入滅) 후 200년이 지나 부파불교(部派佛敎)시대가 되자 불교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불교학자들에 의해 '여인 불성불론(不成佛論)'이 대두되다가 부처님의 근본사상으로 돌아가려는 대승불교시대에 다시 여성도 성불할 수 있다고 바로잡는다. 《법화경》에서도 해룡(海龍) 왕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기가 부처님이 된다는 약속이라면 이미 여성은 성불을 약속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더욱 많은 선근을 쌓아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깨달음을 향해 정진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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