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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수 및 혼인생활 설계 >
김연화 숙명여자대학교 강사, 유한대학 겸임교수
혼인(婚姻)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서 중요한 의례이다. 혼인문화는 문화나 시대, 지역 등 생활양식에 따라 다르므로 시대의 가치관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가족과 가족공동체에 대한 의무로 간주되어 개인보다는 가문간의 결합으로서 자손을 낳아 가계계승과 조상제사를 통한 가족의 안정이 중시되었고 부자관계가 부부관계보다 중시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이후 산업화의 진전으로 생산활동에 가족만이 아닌 개인, 남성만이 아닌 여성도 참여하게 됨으로서 배우자 선택이 자유롭게 되고 혼인 당사자의 의견이 중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가족도 제도적 가족에서 우애적 가족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점차 가족의 기능이 사회에 이전되어가고 사랑이나 애정, 정서적지지, 소비의 기능이 점차 중시되면서 우애적인 관계나 경제적 안정이 유지되지 않을 시에는 가족의 위기, 가족해체, 이혼의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의 혼인은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한 과다혼례비용으로 개인가정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혼례에서의 혼인의 삼서정신(三誓精神- 서천지례, 서부모례, 서배우례)은 사라지고 국적불명의 혼인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혼인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즉, 부모의존도가 높아 당사자 중심이 아닌 부모의 체면이나 부(富)의 과시, 상류계층의 혼례 모방소비에 의한 혼수준비, 물질중심적인 혼수준비, 시간과 편의주의적 생활양식으로 인한 혼례산업의 증가와 의례절차의 상업화 등으로 인해 혼인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의 성인기에 인격적,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의 독립부족, 혼인 당사자의 인격적 성숙이나 예비 부부의 혼인생활준비교육 부족, 급변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의 현대사회에 적합한 부부 모델링 부족, 정부의 실현가능한 건전가정의례 지침내용 홍보 및 교육부재 등도 불건전혼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거에 비해 혼인에서 혼인당사자들의 애정이 중시되며, 웨딩산업의 발달하여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하고 합리적인 혼례준비를 대행해 주는 웨딩컨설팅 회사가 등장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가운데 혼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어 ("2002년 하루 평균 840쌍이 혼인하고 398쌍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하루 평균 1150쌍이 혼인하고 147쌍이 이혼하던 것과 견줘보면, 혼인하는 쌍은 27% 줄고 이혼하는 쌍은 171%가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02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ꡑ를 보면, 지난해 혼인과 이혼은 각각 30만6천쌍, 14만5300쌍이었으며.. " 한겨레 2003. 3.28일자에서) 아시아에서 1위, 세계 2위로 하루 평균 2명이 혼인을 하면 1명이 이혼율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신랑 신부는 장 단기 혼인설계, 가정을 경영해 나가기 위한 생활설계와 이에 대한 준비 없이 예식과 혼수 예단 준비가 마치 혼인설계의 목적으로 알고 준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동차운전을 하려면 자동차와 교통관련법규에 관한 이론시험, 기능시험과 주행시험을 통과한 후 그것도 차의 크기에 따라 1종, 2종 등으로 구분을 하여 운전면허자격증을 받게된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흐르면 차량점검 및 운전자가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운전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런데 무면허 운전이나 나쁜 운전습관이 개인과 가정에 신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과 위기를 가져오듯이 혼인생활설계에 대한 준비 없이 하는 혼인은 안정된 혼인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Olson(21세기 가족문화연구소 편역, 2002에서 인용)이 “많은 사람들이 일생동안 지속될 혼인생활보다, 잠깐동안 치러지는 혼인식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고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평생동안 지속되는 혼인생활보다는 몇 분내에 할 수 있는 혼인식 준비에 필요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
한편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기업경영 못지 않게 가정도 잘 경영해야 인적․물적 자원으로 가족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가정생활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가정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과거 전통사회 가족공동체하의 가정은 친족간의 도움으로 위기 등을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었지만 오늘날 개별가정, 부부중심 핵가족에서는 부부 당사자의 인격적 성숙과 함께 이들의 배우자와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혼인설계는 혼인 예식을 위한 준비, 신혼생활용품과 예단 구입의 혼수준비, 사진과 비디오 촬영 등과 신혼여행까지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좀더 거시적인 혼인준비교육 참여도 설계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예비부부들이 혼수목록작성 설계만이 아닌 장 단기 가정생활설계를 할 수 있도록 예비부부의 결혼관,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 다양한 역할(부부, 아내, 남편, 며느리, 사위..., 부모, 친척사이에서의 역할 등), 남녀 바로 알기, 성교육, 인적․물적 자원관리, 의사소통, 갈등처리, 생활문화와 예절, 여가관리, 종교 등에 대한 혼인준비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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