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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세미나] 현대여성불자의 수행과 삶   2004-12-23 (목) 15:51
불교여성개…   13,174

부제- 여성불자의 정체성과 불교

김정희(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하나. 들어가는 말
둘. 여성불자의 정체성과 삶
셋. 여성과 한국불교
넷. 불교와 여성주의
다섯. 맺음말 : 정리와 제언



하나. 들어가는 말

21세기 초엽의 현재는 이라크 전, 북핵 위협과 WTO 협약에 따른 농업 개방, 실업 증가에 따른 가족해체에서 비롯되는 가족 동반 자살의 속출 등 국내적으로,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와 같이 평화를 위협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평화에 대한 우리들의 갈구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구를 공유하는 한 사람으로서 연구자는 불교가 개인과 세상의 평화에 대해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세계관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 상에서 여성 불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불교의 공식적 지도자들은 주로 비구 스님들이지만 불교 신도의 대다수는 여성 불자이기 때문에 종단 혹은 스님들과 더불어 불교 유지의 다른 한 축은 여성 신도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여성은 시주와 몸으로 절 살림의 이모저모를 도맡음으로써 한국 불교 살림을 걸머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한국 불교의 한 축을 이루는 여성 불자들의 불교 체험은 어떤 것이며 그들의 불교에 대한 생각들은 어떤 것일까? 이 글은 미력하나마 8명 여성 불자의 심층면접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답을 해보고자 한다(<표1> 참고). 8명의 사례는 매우 적은 사례이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여성 불자를 대표하는 경험으로 일반화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러 불교 단체에서 3-16년 동안의 오랜 활동 경력을 갖고 있거나 오랜 동안의 신앙생활을 해 온 분들이므로, 미흡하나마 여성 불자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현재의 불교에 대한 생각들을 살펴보는 단서적 연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 불자 8명에 대한 심층면접은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의 최 현진, 김 지영 두 학생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도와 준 두 학생과 심층면접에 응해 준 여성 불자님들께 고마움을 표한다.

<표1> 정보 제공자의 일반적 특성

나이 교육정도 소속 활동년수

사례 1 73 대학원졸(박사) 불교계 여성단체 고문 3~4년
사례 2 63 대졸 불교계 여성 단체 이사, 회장 약 10년
사례 3 59 대학원 재학중 불교계 여성단체 이사 약 10년
사례 4 43 대졸 불교계 사회단체 사무총장 역임, 현재 자영업 약 8년
사례 5 46 대졸 조계종 산하 조직의 간사 약 16년
사례 6 38 대졸 불교계 사회단체 실무자 4년
사례 7 36 고졸 전업주부 약 17년 신도
사례 8 37 대졸 불교계 사회단체 실무자 약 6~7년




둘. 여성 불자의 정체성과 삶

여성 불자들은 자기 삶과 마음을 다스리는 바탕 위에서 보시하는 생활을 일관된 특징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즉 아래의 사례들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일상적인 마음공부와 일보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관계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처신에 대한 책임을 우선시 하면서,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일을 신중히 도모하는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 신자란 인과응보를 믿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사례1)

불교 신자란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많이 알아서 행동하고 실천해야 되고, 남과 더불어서 같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늘 가짐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자책하거나 깨우치게 된다(사례3).

개인적으로는 가정생활에서도 불가적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같이 지속적으로 절에 가고, 즐거움과 탐닉보다는 절제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녀교육을 시키고 베푸는 삶을 직접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사례4).

불교 신자란 모든 일을 수행이라고 생각하고 돌아봐야 하고, 자기 마음의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순간순간 내키는 대로 마음을 쓰지 않고 자비심을 키워야한다고 생각한다(사례5).

불교 신자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면서 모든 일에 서서히 접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사례7).

기본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그것을 생활 속에 실천하는 것이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연기적인 세계관에 입각해서 자기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사례8).

물론 이러한 일상적인 마음 관리와 관계의 관리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은 이것이 어렵고 어리석은 일로 느낄 때도 있으나 다르게 처신했을 때 관계 악화의 어려움, 결국은 돌아오는 보답의 체험 등을 통해 이러한 처신이 옳음을 확신한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부딪칠 때 이런 일을 실천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화를 내지 않고 가만히 참고 있는 상황이 더 바보 같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화를 내는 것이 습관화되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화를 내거나 말에 칼을 쓰면서 했을 때 그 관계를 다시 회복할 때의 어려움을 보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이 구나를 느낀다(사례5).

사실 이런 삶이 일반적으로 보면 손해 보는 삶이고, 나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라 내 자신에게 불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베풀었던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게로 다시 돌아온다. 그것과 똑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유사하거나 대체물로써 내게 복이 돌아오는 것 같다(사례7).

사례 8의 경우는 불자들의 희생적 태도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를 그냥 포기하는 식의 적응을 가져오는 부정적 면도 있음을 지적한다.

관계 안에서 자신이 희생하게 되는 부분은 대부분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들어간다. 마음공부가 덜 돼서 그런지 그냥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방식은 서로 대화를 통해 서로 풀어가는 것인 것 같다(사례8).

여성 불자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일정한 심신의 특징은 최근 최첨단의 검색 기술을 이용한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는 불교신도들의 일반적 특징에 다름이 아니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불교 신도는 가부좌나 명상을 하지 않는 경우조차, 보통 사람에 비하여 더 안정되고 침착하며 낙관적이며, 일에 부딪쳐도 침착하게 풀어나가며 화도 잘 내지 않는다.

이것은 수련이 우리를 전 오식(前五識)과 제 6식인 의식(意識)의 분절적 의식 수준을 넘어서서 심층의식 수준에 이르게 함으로써 가져오는 심신 안정의 효과로 볼 수 있다. 민태진에 의하면 수련을 통해 번뇌망상을 떨칠수록 삼매경지가 깊어지며 이때 뇌에서는 무통분만이나 무통수술이 할 수 있는 무감각의 세타(θ)파가 출현한다(1994:362).

실제 면접자들은 일상 삶 속에서의 다라니 암송(면접자의 표현으로는 “앉으나 서나 다라니 암송”), 백일기도, 천일기도, 철야정진 수련, 백 팔배, 일상생활에서 마음 관찰과 기도, 사경쓰기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수련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러한 수련이 자신도 모르게 깨닫게 되고 절제하게 되고 성격이 차분해지고 상대방에게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예견하게 되는 등의 효험을 가져왔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심신 안정의 바탕 위에서 여성 불자들은 다양한 보시 행위를 하고 있다. 교도위원으로 군․교도소 포교를 하고 헌혈, 장기기증 서약, 노인 급식 봉사 활동과 같은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외에 자신이 속한 단체의 실무자로서의 역할을 보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여성 불자의 정체성이 여성 불자들에게 일반화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여성 불자들의 정체성은 기복신앙적인 것이다. 면접자들은 공통적으로 불교가 여신도가 많은 것은 기복신앙 때문임을 지적하고 사례1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사례1의 면접자는 “여성 불자들은 사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서 무릎이 까져가면서까지 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자식이나 남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복 신앙에서 벗어났음을 언급할 뿐, 한국 불교가 기복신앙 편향성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랑에서 결혼에 이르기까지 - 1. 사랑 
[제2차 세미나] 재가불자와 깨달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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