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어린이
무심코한 거짓말도 그대로 믿어
지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 문화마당 부스 중에 소원을 적는 곳이 있었다. 민규는 그곳에서 소원을 썼다. 민규의 첫 번째 소원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였고, 두 번째 소원은 “쌀을 모두 골고루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빠를 닮아서 그렇다”며, “벌써부터 나라를 걱정하니 커서 뭐가 되려나”하고 한마디씩 했다. 어떻게 이런 소원을 갖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민규는 바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민규를 바른 생활 어린이, 또박이 등으로 부르곤 한다. 한마디로 고지식한 어린이다.
몇 년 전에 민규 외삼촌이 민규가 물건을 입에 넣고 빨지 못하게 하려고 “너, 그것 자꾸 빨면 죽는다.”고 했다. 민규가 몇 번 빨면 죽느냐고 묻자 삼촌은 열 번이라고 대답했다. 민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10번 이상 빨았음을 알게 되었다. 크게 걱정이 되어 할아버지한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바람에 할아버지한테 민규 외삼촌만 크게 야단을 맞았던 적이 있다.
민규보다 더 고지식한 민규 이종사촌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내 여동생의 큰아들인데 슈퍼에서 과자를 사고 거스름돈을 안 받아 왔기에, 다음에는 꼭 거스름돈을 받아오라고 가르친 적이 있었다. 다음에 슈퍼에 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가보니 주인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단다. 사연인 즉, 이번엔 거스름돈이 남지 않는 상황이었는데도 이 아이는 엄마가 다음엔 꼭 거스름돈 받아 오라고 했다며 거스름돈을 달라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들이 말하나 행동하나 얼마나 주의해야 하는지를 생각게 해주는 이야기다.
나는 아이들이 뭘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장난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앞서 내 남동생이 민규에게 한 거짓말이나, 아이가 울 때 그치게 하기 위해 호랑이가 왔다는 등의 거짓말도 난 어쩐지 하기가 꺼려졌다. 그리고 아이가 알든 못하든 자세히 말해주려고 노력했다. 모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알 것 같은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 무엇이든지 사실대로 설명해 주었다. 아이가 무심코 하는 듯한 말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처럼 들렸고, 그래서 진지하게 들었다. 나는 민규와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민규와 친구가 되어 버린다.
한주영 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 hjy314@hanmail.net
< 법보신문 2003-06-04/708호 >